인생조언821 오늘도, 그냥 걷는다 "그는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시편 23:3)정확히는 봄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어느 날이었습니다. 달력은 분명 4월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그는 그 계절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창문 너머로 벚꽃이 흩날리는 것을 보면서도 그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그도 어딘가로 그냥 흘러가 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했습니다.그날 아침, 그는 방바닥에 한참을 누워 있었습니다.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도 아무 의미가 없겠구나. 알람은 두 번, 세 번 울리다 지쳐서 멈췄고, 그는 그 침묵 속에 그대로 가라앉았습니다.그런 그를 일으킨 것은 대단한 .. 2026. 2. 20. 폭풍 속의 등불 어느 겨울 저녁, 한 외과 의사가 수술실을 나섰습니다. 열두 시간의 수술이었습니다. 그의 손은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복도의 형광등 불빛은 눈을 찌를 듯 날카로웠습니다. 보호자 대기실 앞을 지나칠 때, 그는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유리문 너머로 한 가족이 보였습니다.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이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감고 있었고, 아이들은 그 곁에 조용히 기대어 있었습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침묵 속에 이상하게도 무언가 단단한 것이 있었습니다. 의사는 그 장면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한 자리였지만, 그 가족의 얼굴에는 어딘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날 밤, 의사는 오랫동안 그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고요함이란 무엇입니까. 그는 늘 조용한 서재에서, 혹은.. 2026. 2. 20. 부족함 속의 충만함 "우리는 충분히 가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원하지 않을 때 비로소 부유해진다."어느 해 늦가을,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혼자 사는 노인이 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서울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했지만, 예순이 되던 해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에 그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습니다. 멀쩡한 사업을 접고, 자식들 곁을 떠나,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 산속에 틀어박혀 사는 것이 그들의 눈에는 실패처럼 보였을 것입니다.그런데 그의 얼굴에는 묘한 빛이 있었습니다. 주름은 깊었지만 표정은 맑았고, 말수는 적었지만 그 말 하나하나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 마당을 쓸고, 텃밭에서 배추를 거두고, 저녁에는 작은 화롯가에 앉아 책을 읽었습니다. 세상이 그에게.. 2026. 2. 19. 마음이 켜는 등불 어느 겨울 저녁, 두 사람이 같은 골목을 걷고 있었습니다. 가로등은 하나가 꺼져 있었고, 바람은 매섭게 불었습니다. 한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외투 깃을 세웠지만, 얼굴엔 묘한 여유가 있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골목 끝의 그림자가 자꾸 무언가처럼 보였고, 지나치는 사람들의 표정이 왠지 의심스러웠습니다. 두 사람이 걷는 길은 같았지만, 그들이 경험하는 세상은 전혀 달랐습니다.이 차이는 어디서 온 것일까요. 우리는 흔히 기분이 나쁘면 날씨 탓을 하고, 불안하면 세상이 험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세상은 때로 정말 어둡고, 날씨는 실제로 우리의 기분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똑같이 흐린 하늘 아래서도 어떤 사람은 빗소.. 2026. 2. 18.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 2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