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542 백 번째 손님 때늦은 점심 손님을 기다리며 국밥집 주인은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천천히 문이 열리면서 머리카락이 허연 할머니가 들어섰습니다. 열 살도 채 안 돼 보이는 소년이 할머니 뒤로 손을 꼭 잡고 따라 들어왔습니다."이쪽으로 앉으세요." 할머니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머뭇거렸습니다. "저어.... 국밥 한 그릇에 얼마나 하는지....""4천원 받습니다."할머니는 몸을 돌려 허리춤에서 주머니를 꺼내 동전까지 헤아려보시더니 소년과 함께 자리에 가 앉았습니다."한 그릇만 주세요.""예?""난 벌써 점심을 먹었다오.""아, 예."조금 뒤 주인은 김이 모락모락 나고 구수한 냄새가 풍기는 국밥 한 그릇과 깍두기 접시를 할머니와 소년의 가운데에 내려놓았습니다."아가야, 어서 많이 먹어라."소년은 한 숟가락 푹 떠서 입.. 2025. 5. 1. 밀레와 루소의 우정 "스스로 대단히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퐁텐블로 숲 속을 걸어보라. 키 큰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햇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숲 속에서 자신보다 더 큰 존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위대한 힘 앞에 스스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밀레의 말입니다. '만종'과 '이삭 줍는 여자들' 로 우리에게 친숙한 장 프랑수아 밀레는 자연을 사랑하고 존경했던 화가입니다. 그의 말은 그의 그림이 왜 누구에게나 편하고 쉽게 다가오는지 느끼게 합니다.퐁텐블로 숲은 파리에서 남쪽으로 60km쯤 떨어진 곳이며, 이 숲을 끼고 서북쪽에 있는 바르비종은 '바르비종파' 가 생길 정도로 많은 프랑스 풍경 화가들이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했던 곳입니다.밀레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화가지만, 처음부터.. 2025. 4. 29. 테디 베어와 트럭 운전사 해가 지기 전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화물을 잔뜩 실은 트럭을 몰고 남부의 어떤 도시 근처를 지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트럭 안 낡은 무전기에서 한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울려나왔습니다."트럭 운전사 여러분, 제 목소리 들립니까? 교신 바랍니다. 테디 베어(곰 인형)가 아저씨들과 얘길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마이크를 들고 말했습니다. "잘 들린다, 테디 베어." 소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응답해주셔서 고마워요. 아저씨는 누구신가요?" 내가 이름을 말해주자 소년이 말했습니다."지금 저는 아저씨를 귀찮게 하려는 게 아녜요. 엄마는 아저씨들이 바쁘니까 이렇게 무전기로 호출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전 지금 외롭고,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제겐 도움이 되거든요. 왜냐하면 이것이 내가 할 수 .. 2025. 4. 29. 좋은 이웃, 보이지 않는 사랑 "네 손이 선을 행할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을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며."(잠언 3:27)"책상은 거실로 가져가고.... 그건 거실에 놓아라." 아이들은 마냥 신나는 듯 낑낑거리며 물건들을 날랐습니다. 대기업 사원인 K는 지방으로 발령을 받자 이 기회에 전원생활을 만끽하겠다는 생각으로 한적한 시골의 아담한 주택을 매입해서 이사를 왔습니다.원래 그 집에 살던 사람 역시 대기업 직원의 가족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어 3년 동안 살던 곳을 떠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집은 읍에서 조금 멀리 떨어졌다는 사실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도시의 집처럼 답답하지 않게 넓었으며, 채광이 잘 되었고, 바람 또한 신선했습니다. 게다가 정원까지 딸려 있었습니다.K는 '나중에 뒤뜰 마당 귀퉁이에 채소를 심어 진.. 2025. 4. 29. 이전 1 ··· 320 321 322 323 324 325 326 ··· 38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