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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으로79

디도의 일기(14) - 감옥에서 울려 퍼진 노래 “한밤중에 바울과 실라가 기도하고 하나님을 찬송하매 죄수들이 듣더라.”(사도행전 16:25)빌립보 감옥은 ‘갇히는 곳’이었습니다. 빛도, 바람도, 변명의 여지도 허락되지 않는 자리였습니다. 그곳은 억울함을 설명할 기회조차 빼앗기는 공간이었고, 인간의 존엄이 가장 손쉽게 짓밟히는 장소였습니다. 바울과 실라는 그곳에 자발적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선을 행하다가, 귀신 들린 소녀를 자유케 하다가, 복음을 전하다가 끌려왔습니다. 문제는 그들의 죄가 아니라, 그들의 존재 자체였습니다. 그들은 체제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이익 구조를 흔들었고, 다수의 감정을 자극했습니다. 그래서 군중은 열광했고, 권력은 안도했고, 폭력은 정당화되었습니다.이 장면은 낯설지 않습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질서를 위해”,.. 2026. 2. 2.
디도의 일기(13) - 소동을 원치 않았던 사도, 그러나 복음은 언제나 소동을 일으킨다 “바울이 심히 괴로워하여 돌아서서 그 귀신에게 이르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내가 네게 명하노니 그에게서 나오라 하니 귀신이 즉시 나오니라. 종들의 주인들은 자기 이익의 소망이 끊어진 것을 보고 바울과 실라를 잡아 장터로 관리들에게 끌어 갔다가."(사도행전 16:18~19)바울은 소동을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군중을 모으는 데 관심이 없었고,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려는 욕망도 없었습니다. 바울의 선교는 늘 조용했습니다. 그는 시장 한복판이 아니라, 기도처에서 몇 사람과 마주 앉아 복음을 나누는 사람이었습니다. 천막을 꿰매며 생계를 잇고, 틈이 나면 예수를 전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사도였습니다.빌립보에서 일어난 사건도 그랬습니다. 그날의 시작은 너무도 평범했습니다. 매일같이 따라다니며 비명을 .. 2026. 2. 2.
디도의 일기(12) - 빌립보에서 귀신들린 소녀를 만나다 “이같이 여러 날을 하는지라 바울이 심히 괴로워하여 돌아서서 그 귀신에게 이르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내가 네게 명하노니 그에게서 나오라 하니 귀신이 즉시 나오니라.”(사도행전 16:18)빌립보의 장터는 늘 소음으로 가득했습니다. 물건값을 흥정하는 소리, 짐꾼들의 고함, 술에 취한 군인들의 웃음소리, 그러나 그 모든 소음을 찢고 들어오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귀청을 파고드는 비명, 인간의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날카롭고, 절규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연극적인 외침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그 소리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느새 빌립보 시민들의 일상이 되어 있었습니다.그 소리의 주인공은 델피에서 끌려온 어린 여자 노예였습니다. 그녀는 점을 치는 아이였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점을 치도록 이.. 2026. 2. 1.
디도의 일기(11) - 빌립보에서 경고 없는 복음, 공포 없는 교회 “무슨 일에든지 대적하는 자들 때문에 두려워하지 아니하는 이 일은 그들에게는 멸망의 증거요 너희에게는 구원의 증거니 이는 하나님께로부터 난 것이라”(빌립보서 1:28)바울은 두려웠습니다. 그 두려움은 채찍이나 감옥에 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도 아니었습니다. 그를 짓눌렀던 건 ‘어떻게 교회를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빌립보에서 바울은 짧은 시간에 놀라운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강가에서 시작된 작은 만남은 가정교회로 자라났고, 이방의 도시 한복판에 그리스도의 몸이 세워지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때였습니다. 바울의 과거를, 그의 사역을, 그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추격해 오던 한 인물, 블라스티니우스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바울은 그자가 반드시 올 것이.. 2026.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