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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으로78

디도의 일기(05) - 하나님의 뜻은 언제나 분명한가 바울은 흔히 “담대한 사도”, “불같은 전도자”로 기억됩니다. 그러나 드로아의 바울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웅적인 사도와는 사뭇 다릅니다. 그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고, 머물러야 할지 떠나야 할지를 두고 깊은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드로아의 돌무더기 위에 걸터앉아 호머의 시를 읊조리는 바울의 모습은 어쩌면 낯설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 장면은 바울이 얼마나 깊이 인간의 역사와 문화, 사상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더듬고 있었는지를 보여 줍니다. 그는 헬라인의 언어와 노래를 알고 있었고, 그 문화의 뿌리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지식과 통찰에도 불구하고, 바울은 결정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이곳이 좋다고 말하지만, 하나님의 뜻은 어디에 있는 거지?” 이 질문은 오늘을.. 2026. 1. 20.
디도의 일기(04) - 드로아에서 기다린다는 것 바울과 실라, 그리고 디모데는 목적지가 분명하지 않은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지도 위에 표시된 선을 따라 움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역 계획서도, 장기 전략도 없었습니다. 그저 “하나님의 뜻을 좇을 뿐”이라는 말 한마디가 전부였습니다. 우리 눈으로 보면 무모합니다. 하지만 성경은 이 장면을 “방황”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령의 인도하심을 기다리는 가장 성숙한 순종의 모습으로 보여 줍니다.실라는 답답해했습니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도 않고 떠났단 말입니까?” 이 질문은 오늘 우리의 질문과 너무도 흡사합니다. “하나님, 대체 언제까지입니까?” “방향 정도는 알려 주셔야 하지 않나요?” 하지만 바울은 담담합니다. “쉽든 험하든, 하나님의 뜻이면 충분하네.” 바울은 계획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2026. 1. 16.
디도의 일기(03) - 루스드라에서 시작된 두 번째 선교여행 두 번째 선교여행의 출발점인 소아시아 루스드라는 겉으로 보기엔 조용한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바울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기억이 얽힌 장소였습니다. 복음을 전하다 돌에 맞아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날의 상처가 아직도 몸 어딘가에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그 땅을 떠나며 복음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복음은 언제나, 상처를 남긴 자리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출발을 앞둔 새벽, 짐을 둘러싼 작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디모데가 보따리를 풀어 헤치며 투덜대는 장면은 사뭇 인간적입니다. 상하기 쉬운 음식, 유대인 율법에 어긋나는 양식들은 단순한 식량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 선교여행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예고하는 징표였습니다.실라와 디모데의 말다툼은 사소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중요한 대비가 숨어 있.. 2026. 1. 16.
디도의 일기(01) - 기록을 이어받는 자의 책임 실라가 죽었다는 전갈을 받았을 때, 디도는 한동안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로도 섬에서 체포되었고, 재판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은 마치 잘못 전달된 소문처럼 들렸습니다. 그러나 감옥에서 도착한 그의 편지는 분명했고, 그 안에는 생의 마지막에 가까운 자의 담담함이 묻어 있었습니다.실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기록하던 바울의 여정, 특히 첫 번째 전도 여행인 갈라디아에서의 이야기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것을 마음 아파했습니다. 그는 디도에게 원고 뭉치를 보내며 말했습니다. “디도여, 이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 되네.” 그 말은 유언과도 같았습니다.디도는 안디옥에서 자랐고, 다소의 바울과는 친구이자 동역자였습니다... 2026.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