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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41편 - 눈 감을 때 열리는 세계 "나의 기도가 주의 앞에 분향함과 같이 되며, 나의 손 드는 것이 저녁 제사같이 되게 하소서."(시편 141:2)민준이라는 사람은 회사에서 팀장으로 승진한 지 석 달째였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회의 때마다 목소리를 높여야 했고, 보고서를 더 많이 검토해야 했고, 더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 늘 따라다녔습니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리더란 무엇인가? 더 크게 말하는 사람인가, 더 많이 아는 사람인가?그러던 어느 날 저녁, 야근을 마치고 텅 빈 사무실에 혼자 남았을 때였습니다. 형광등 불빛 아래 지쳐 앉아 있던 그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습관을 떠올렸습니다. 눈을 감는 것과 그리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주님, 저는 어떤 팀장이 되어야 합니까?" 짧고 서툰 기도였습니다. 그러나.. 2026. 6. 20.
나를 만나는 기쁨 스물아홉 살 어느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매일 아침 7시에 알람이 울렸고, 지하철 안에서는 핸드폰을 들여다봤고, 회사에서는 슬랙 알림에 반응했고, 퇴근 후에는 유튜브를 틀어 놓은 채 잠들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그녀는 하루 동안 단 한 번도 아무 소리 없이 혼자 앉아 있던 순간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늘 무언가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늘 무언가에 반응하고 있었고, 늘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모든 것을 경험하는 '나'는 어디에 있었던 걸까요?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시끄러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소음은 밖에만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위험한 소음은 안에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비교의 목소리들 입니다. "저 사람은 벌써 집을 샀다던데." "나는 왜 이것밖에 안 .. 2026. 6. 20.
시편 140편 - 아는 만큼, 믿는 만큼 "주님이 고난받는 사람을 변호해 주시고, 가난한 사람에게 공의를 베푸시는 줄을 내가 압니다." (시편 140:12)영화 〈암살〉에는 오래도록 마음에 걸리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이 마침내 밀정 염석진을 마주한 그 순간입니다. 해방이 된 후에도 반공친미보수의 외투를 걸치고 권력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남자입니다. 반민특위마저 무력화시키며 살아남은 그 남자에게 안옥윤은 총구를 겨누며 묻습니다. "왜 조국을 팔았나?" 염석진의 대답은 뜻밖에도 솔직합니다. "몰랐으니까. 해방이 될 줄 몰랐으니깐. 알았으면 그랬겠나!"배신은 무지에서 자랍니다. 그는 역사의 끝을 몰랐고, 그래서 현재를 팔았습니다. 반면 안옥윤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영화 초반, 누군가 그녀에게 묻습니다. 침략의 원흉 한두 명을 .. 2026. 6. 19.
깨어 있음 -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법 "이것이 주께서 만드신 날이라 우리가 기뻐하고 즐거워하리로다"(시편 118:24)대학교 2학년인 지훈은 어느 날 오후, 친구와 카페에 앉아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앉아 있었지만, 각자의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쯤 그렇게 있다가 지훈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 몸은 카페에 있었지만 마음은 인스타그램 피드를 떠돌고 있었습니다. 어제 올린 게시물에 좋아요가 몇 개 달렸는지 확인하고, 친구의 스토리를 보며 괜히 내 삶과 비교하고, 내일 있을 발표 생각에 가슴이 조여 왔습니다. 정작 지금 이 순간, 창밖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도, 커피 향도, 맞은편 친구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우리는 종종 이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몸은 여기 있.. 2026.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