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세가 요셉의 유골을 가졌으니 이는 요셉이 이스라엘 자손으로 단단히 맹세하게 하여 이르기를 하나님이 반드시 너희를 권고하시리니 너희는 내 유골을 여기서 가지고 나가라 하였음이더라."(출애굽기 13:19)
사사기는 구원받은 성도가 이 땅에서 어떤 전쟁을 겪으며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살아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것은 단지 고대 이스라엘의 정복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의 이야기이자 복음 안에서 해석되는 영적인 이야기입니다.
사사기의 시작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호수아가 죽은 후에…” (삿1:1). 하나님의 인도자, 하나님의 백성들을 약속의 땅으로 이끌던 지도자의 시대가 끝났습니다. 이제 백성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통치를 받아야 합니다. 사사기는 바로 그 ‘신정통치’의 연습장이자,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어떻게 붙드시고, 끝내 목적지로 이끄시는지를 낱낱이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사사 시대는 왕이 없었던 시대였으나 하나님이 왕이신 시대입니다.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는 말이 사사기 전체에 반복됩니다. 겉으로는 지도자가 없고, 무정부 상태 같아 보이지만, 사실 사사기의 진짜 주인공은 하나님이십니다. “왕이 없었던 시대”는 곧 “보이지 않는 왕이 계셨던 시대”였던 것입니다.
사사기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자기 소견대로 살아가다가, 그 결과 죄에 빠지고, 고통받으며, 결국에는 부르짖게 되고, 하나님은 다시 그들을 건져내시는 과정을 반복하여 보여줍니다. 이 순환은 비극 같지만, 실은 은혜의 흐름입니다. 우리의 타락보다 하나님의 구원이 항상 먼저이며, 더 크다는 것을 선포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으로 진군할 때, 그들의 앞에는 전쟁무기나 전투영웅이 아니라 요셉의 해골이 있었습니다. 모든 이스라엘 백성은 그 해골을 보고 깨달아야 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죽은 자들이다.” “이 전쟁은 우리가 싸워 이기는 전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싸우시는 전쟁이다.”
요셉의 유골은 ‘자기부인의 상징’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따라가는 여정에서 가장 앞에 놓여야 하는 것은 나의 가능성, 나의 능력이 아니라 죽음의 인식이었습니다. 그래야 오직 은혜로 사는 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 유골은 오늘날 십자가를 앞세운 성도의 영적 전쟁의 모델입니다.
사사기의 시작은 유다 지파의 출전 이야기입니다. 왜 유다일까요? 유다는 ‘사자’로 비유되고, 메시아의 혈통이며, 실로가 오기까지 통치의 홀이 떠나지 않는 자입니다(창49:8~11). 예수 그리스도의 모형입니다.
반면, 시므온은 잔해와 분노, 살인을 일삼던 저주받은 지파입니다(창49:5~7). 그런 시므온이 유다의 곁에 붙어 구원에 참여합니다. 자기 힘으로는 아무 전과도 남기지 못하지만, 유다의 전쟁 속에서 함께 승리를 누립니다.
이것이 복음의 구조입니다. 유다(예수)가 싸우시고, 시므온(우리)이 그 안에 붙어 구원을 얻습니다. 십자가는 예수님만의 전쟁터이며, 우리는 그 승리의 잉여를 덧입은 은혜의 자들입니다.
여호수아가 죽기 전, 이스라엘은 하나님과의 언약을 다시 세우며 이렇게 말합니다. “결단코 우리는 여호와만 섬기겠습니다!” 그러나 여호수아는 그들의 열심을 경계하며 이렇게 답합니다. “너희는 여호와를 능히 섬기지 못할 것이다…” (수24:19)
이 장면은 마치 선악과 앞의 아담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의지나 열심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아시기에, 오히려 그런 맹세를 막으십니다. 사사기의 전개는 그 예언이 정확했음을 보여줍니다.
이스라엘은 번번이 무너지고, 타락하며, 우상을 좇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때마다 사사를 세워 다시 건져내십니다. 이는 곧 하나님 언약의 이행은 인간의 신실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달려있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하나님 나라 전쟁은 자기부인의 전쟁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가나안의 모든 족속을 즉시 몰아내지 못하도록 일부러 남겨두셨습니다(삿2:21~22). 왜요? 그들을 통해 시험하시고, 훈련하시기 위함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시험하기 위해 말입니다.
이 시험은 하나님이 모자라서 행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너는 도무지 안 되는 존재”임을 낱낱이 폭로하셔서, 하나님의 은혜만 붙잡도록 인도하시기 위한 사랑의 훈련입니다.
그 전쟁은 자기부인의 훈련입니다. “내가 할 수 없습니다.” “나는 무력한 자입니다.” “주님, 도와주소서…”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승리가 시작됩니다.
사사기는 실패의 책입니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은혜의 책입니다. 티끌 같은 자들을 통해 하나님이 어떻게 당신의 나라를 이루어가시는지를, 십자가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들이 어떻게 매번 새롭게 일어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사사기의 주인공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이제 우리도 이 여정에 동참하며, 우리 안에 살아계신 유다의 사자,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하루하루의 전쟁 속에서 은혜로 이겨나가는 법을 배워갑시다.
그 길에서, 우리의 해골은 가장 앞장서야 하고, 유다의 손에 붙은 시므온처럼, 우리는 그분의 전쟁 속에 살게 되는 것입니다. “주의 능하신 팔로 나를 싸우소서. 나는 주의 잉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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