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글328 연필 안에 숨은 단어들 책상 위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놓여 있는 연필 하나를 집어 듭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흔한 도구입니다. 나무와 흑연으로 이루어진, 이미 수많은 손을 거쳐 왔을지도 모를 물건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연필 안에는 아직 한 번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은 단어들이 웅크리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그 단어들은 아직 씌어지지 않았고, 한 번도 입 밖으로 말해진 적도 없습니다. 누군가의 교훈으로 정리된 적도, 지혜라는 이름으로 가르쳐진 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단어들은 연필심의 까만 어둠 속에서 깨어 있습니다. 마치 들을 준비는 되어 있으나, 말할 준비는 하지 않은 채로 말입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쏟아내는 수많은 말들, 설명과 주장과 변명과 설교를 그들은 조용히 듣고 있습니다.하지만 그 .. 2025. 12. 17. 고린도전서 - 선택한 믿음인가, 선택받은 믿음인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내가 너희를 위하여 항상 하나님께 감사하노니, 이는 너희가 그 안에서 모든 일 곧 모든 언변과 모든 지식에 풍족하므로, 그리스도의 증거가 너희 중에 견고하게 되어, 너희가 모든 은사에 부족함이 없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심을 기다림이라. 주께서 너희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날에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끝까지 견고하게 하시리라. 너희를 불러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와 더불어 교제하게 하시는 하나님은 미쁘시도다."(고린도전서 1:4~9)우리는 흔히 복음을 이렇게 이해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인류를 구원하셨다.” 그리고 이 복음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각자의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세상의 시각에서 기.. 2025. 12. 17. 충분함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충분합니다. 이 몇 마디 단어들로도 충분합니다. 우리는 너무 오래 “아직 부족하다”는 말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더 잘해야 하고, 더 이루어야 하며, 더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끝냅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의 나는 늘 미완성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무언가가 더해져야만 비로소 괜찮아질 수 있는 존재인 것처럼 말입니다.그러나 가만히 멈춰 서서 숨을 들이마셔 보면, 이 호흡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아무 성취도 내세우지 않아도, 지금 숨 쉬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존재 자체가 허락받은 것이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만일 이 호흡조차 충분하지 않게 느껴진다면, 그저 이렇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 2025. 12. 17. 중요한 것은 삶을 사랑하는 것 삶을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가장 멀게 느껴질 때는, 삶이 우리에게 아무것도 남겨 주지 않은 것처럼 보일 때입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에 타 종잇조각처럼 손에서 흩어져 버릴 때, 남은 것은 검게 그을린 재뿐이고 그 재가 목을 막아 숨조차 쉬기 힘들 그때 삶을 사랑하라는 말은 너무 잔인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로 그때, 삶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슬픔은 조용히 찾아오지 않습니다. 어느 날 문득, 우리의 옆자리에 털썩 앉아 버립니다. 마치 열대의 한낮처럼 숨이 막히게 덥고, 공기는 물처럼 무거워져 폐로 숨 쉬는 대신 아가미가 필요할 것만 같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몸은 가라앉고, 마음은 계속해서.. 2025. 12. 17. 이전 1 ··· 21 22 23 24 25 26 27 ··· 8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