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글620 몸을 통한 영적 경험과 신앙의 본질 "그러나 먼저는 신령한 사람이 아니요 육의 사람이요 그 다음에 신령한 사람이니라"(고린도전서 15:46)어릴 때 교회에서 들은 말이 있습니다. "몸의 것은 죄악이요, 영의 것은 거룩하다." 그 말이 어찌나 깊이 박혔던지, 한 친구는 성인이 되어서도 맛있는 음식 앞에 설레는 자기 자신을 죄인처럼 느꼈다고 했습니다. 아이를 낳고 그 살냄새에 취해 하염없이 볼을 비빌 때조차도 '이래도 되나' 하는 낯선 죄책감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것이 신앙의 열심에서 비롯된 감각이었다는 점이 아이러니였습니다.우리는 오랫동안 몸과 영혼을 적대적인 관계로 이해해왔습니다. 중세 교회는 성직자의 삶을 거룩한 것으로, 세속의 노동을 천한 것으로 구별했습니다. 그 구별의 선은 곧 몸과 영혼 사이에 그어진 선이기도 했습니다. 개신교는 그.. 2026. 3. 12. 절망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꿈 밤이 가장 깊을 때, 동이 틉니다. 1878년의 어느 늦가을 밤이었습니다. 열두 살 소년 헨리 포드는 어머니의 신음 소리에 잠을 깨었습니다. 병세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마을에서 유일한 의사는 수십 리나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겁에 질린 채 마구간으로 뛰어가 말 등에 올라탔습니다. 어둠을 뚫고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땀과 눈물이 뒤섞인 얼굴로 의사의 문을 두드렸고, 사정을 설명하며 애원했습니다. 의사는 소년의 간절함에 마음이 움직여 함께 말을 달렸습니다.그러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의 방에서는 이미 촛불 하나가 꺼져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 소년은 방 한켠에 쪼그려 앉아 자신을 탓했습니다. 그 죄책감은 며칠이 가고 몇 달이 가도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2026. 3. 12. 디도의 일기(22) - 빈손으로 걷는 길, 바울의 에그나티아 대로 로마의 도로는 정직했습니다. 굽이치지 않았고, 핑계를 대지 않았습니다. 에그나티아 대로는 기원전 146년에 건설된 이래 수백 년 동안 제국의 군단과 상인과 나그네를 실어 날랐습니다. 빌립보에서 데살로니가까지, 그 길은 약 150킬로미터, 튼튼한 다리와 넉넉한 전대가 있다면 열흘이면 충분한 거리였습니다.그러나 바울 일행에게 그날의 에그나티아 대로는 그리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걷는 마가의 눈은 쉬지 않고 길 양쪽을 훑었습니다. 로마 군인의 투구라도 보일라치면 얼른 신호를 보내야 했습니다. 바울과 실라는 방금 전 빌립보 감옥에서 기적적으로 풀려난 몸이었습니다. 매질의 흔적이 채 아물지도 않은 채, 두 사람은 새벽 어스름 속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당장 눈앞의 위험도 위험이었지만, 문제는 따로 있.. 2026. 3. 11. 갈라디아서(19) - 오직 한 사람, 그리스도 "형제들아 내가 사람의 예대로 말하노니 사람의 언약이라도 정한 후에는 아무도 폐하거나 더하거나 하지 못하느니라. 이 약속들은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말씀하신 것인데 여럿을 가리켜 그 자손들이라 하지 아니하시고 오직 한 사람을 가리켜 네 자손이라 하셨으니 곧 그리스도라."(갈라디아서 3:15~16)어느 날 한 남자가 오랜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친구는 오래전 그에게 빚을 졌고, 그 빚이 어느 정도인지는 서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찾아가 문을 두드리자 친구가 봉투 하나를 건넸습니다. 열어보니 영수증이 들어있었습니다. 갚아야 할 빚의 전액이 이미 제삼자에 의해 완납된 영수증이었습니다. 남자는 잠시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물었습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남아있지 않은 건가?" 친구가 고개를.. 2026. 3. 11.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15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