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글494 충분함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충분합니다. 이 몇 마디 단어들로도 충분합니다. 우리는 너무 오래 “아직 부족하다”는 말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더 잘해야 하고, 더 이루어야 하며, 더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끝냅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의 나는 늘 미완성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무언가가 더해져야만 비로소 괜찮아질 수 있는 존재인 것처럼 말입니다.그러나 가만히 멈춰 서서 숨을 들이마셔 보면, 이 호흡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아무 성취도 내세우지 않아도, 지금 숨 쉬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존재 자체가 허락받은 것이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만일 이 호흡조차 충분하지 않게 느껴진다면, 그저 이렇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 2025. 12. 17. 중요한 것은 삶을 사랑하는 것 삶을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가장 멀게 느껴질 때는, 삶이 우리에게 아무것도 남겨 주지 않은 것처럼 보일 때입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에 타 종잇조각처럼 손에서 흩어져 버릴 때, 남은 것은 검게 그을린 재뿐이고 그 재가 목을 막아 숨조차 쉬기 힘들 그때 삶을 사랑하라는 말은 너무 잔인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로 그때, 삶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슬픔은 조용히 찾아오지 않습니다. 어느 날 문득, 우리의 옆자리에 털썩 앉아 버립니다. 마치 열대의 한낮처럼 숨이 막히게 덥고, 공기는 물처럼 무거워져 폐로 숨 쉬는 대신 아가미가 필요할 것만 같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몸은 가라앉고, 마음은 계속해서.. 2025. 12. 17. 민수기 - 거룩을 옮긴다는 것의 두려움 "또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레위 자손 중에서 고핫 자손을 그들의 종족과 조상의 가문에 따라 집계할지니, 곧 삼십 세 이상으로 오십 세 까지 회막의 일을 하기 위하여 그 역사에 참가할 만한 모든 자를 계수하라."(민수기 4:1~3)민수기 4장은 성막을 “어떻게 옮길 것인가”를 말하는 장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장은 단순한 운송 매뉴얼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함을 인간이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레위인들은 성막을 섬기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마음대로 성막에 손을 대거나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모든 일은 질서와 구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고핫 자손, 게르손 자손, 므라리 자손에게 각각 다른 임무가 주어집니다. 누구는 성소 .. 2025. 12. 17. 산상수훈 - 화평케 하는 자의 길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태복음 5:9)우리는 “화평케 하는 자”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한 장면을 떠올립니다. 갈등의 한복판에서 양쪽의 손을 잡아 주는 사람, 거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사람, 누구와도 싸우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착한 그리스도인’. 그래서 산상수훈을 읽고 나면 이런 결론에 쉽게 이릅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피스메이커가 되어야 합니다.그러나 성경은 우리가 너무 쉽게 받아들인 이 정의를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무너뜨립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화평케 하는 자”는 인간적인 성품의 문제도, 도덕적 성취의 결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산상수훈은 보편 윤리가 아니라, 복음을 통과한 자에게서만 나타나는 삶의 결과입니다.대표적으.. 2025. 12. 17. 이전 1 ··· 63 64 65 66 67 68 69 ··· 1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