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글806 마지막 날들 - 사랑이 남긴 일 사람은 어떤 소식을 들을 때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무슨 일일지 짐작이 갑니다.” 그는 그렇게 일기에 적었습니다. 그러나 짐작과 현실은 전혀 다른 무게로 가슴에 내려앉습니다. 진료실의 굳은 얼굴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라는 말, 네 사람이 동시에 흘린 눈물은 세상이 갑자기 멈춘 것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의학의 언어는 단정했고, 그 단정함 앞에서 인간은 너무도 연약했습니다.그는 왜 지금인지, 얼마나 남았는지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집에서 죽어도 될까요?” 이 질문 하나에 그녀가 무엇을 가장 소중히 여겼는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치료의 가능성보다, 시간의 연장보다, 마지막 순간을 어디서, 누구와 맞이할 것인가가 그녀에게는 더 .. 2025. 12. 18. 비유 - 개와 돼지 그리고 그들에게 던져진 진주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마태복음 7:6)이 말씀은 읽을수록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예수님이 왜 사람을 개와 돼지에 비유하셨을까? 혹시 믿지 않는 사람들을 업신여기라는 말씀일까?아니면 복음을 전하지 말라는 경고일까? 그러나 이 말씀을 그렇게 이해한다면, 예수님의 마음을 너무 많이 오해한 것입니다. 복음은 본래 죄인을 위해 주어진 것이고, 교회는 믿지 않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경고하신 “개와 돼지”는 과연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요?이 비유는 마태복음 7장 한 절만 떼어 읽어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산상수훈 전체의 흐름 속에서 이 말씀을 하셨기 때문입니다.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먼저 “염려하지 말라”고 말씀하십.. 2025. 12. 18.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다 “이모야.” 그녀는 주름살투성이 얼굴 속에 깊은 밤의 연못처럼 고요히 잠긴 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눈은 오래된 시간을 통과해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빛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녀에게 문득 물었습니다. “그곳에는 헤어질 때 뭐라고 말해요? 작별에 해당하는 말이 있나요?”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습니다. 바람에 그을린 얼굴 위로 아주 옅은 마음의 파문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는 강물 쪽으로 시선을 옮긴 채,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 없어.”그 말은 뜻밖이었습니다. 우리는 늘 헤어짐에 이름을 붙이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안녕, 잘 가, 다음에 보자, 부디 잊지 말아 달라는 말들입니다. 헤어짐을 견디기 위해 우리는 말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언어에는 그 말이 없다고 했습니다.“우리는 그냥.. 2025. 12. 18. 연필 안에 숨은 단어들 책상 위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놓여 있는 연필 하나를 집어 듭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흔한 도구입니다. 나무와 흑연으로 이루어진, 이미 수많은 손을 거쳐 왔을지도 모를 물건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연필 안에는 아직 한 번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은 단어들이 웅크리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그 단어들은 아직 씌어지지 않았고, 한 번도 입 밖으로 말해진 적도 없습니다. 누군가의 교훈으로 정리된 적도, 지혜라는 이름으로 가르쳐진 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단어들은 연필심의 까만 어둠 속에서 깨어 있습니다. 마치 들을 준비는 되어 있으나, 말할 준비는 하지 않은 채로 말입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쏟아내는 수많은 말들, 설명과 주장과 변명과 설교를 그들은 조용히 듣고 있습니다.하지만 그 .. 2025. 12. 17. 이전 1 ··· 88 89 90 91 92 93 94 ··· 20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