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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둔하고, 침묵하고, 기도하라 아르센 교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는 궁궐에서 존귀하게 살 수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화려함 속에서 마음이 불안했고, 주님께 "구원의 길을 보여 주소서"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때 들려온 하나님의 음성은 너무나 단순했습니다. “아르센아, 사람들을 피해라. 그러면 네가 구원을 얻으리라.” 이 말씀은 그가 기대했던 화려한 계시나 신비로운 체험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고독, 침묵, 기도로 나아가라는 가장 본질적인 요청이었습니다.세상은 언제나 소란스럽습니다. 많은 목소리가 우리 귀를 스쳐 지나갑니다. 사람들의 말, 세상의 평가, 미디어의 끊임없는 소식들 속에서 우리는 쉽게 중심을 잃어버립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아르센 교부에게 "피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단순히 사람을 싫어하고 거리를 .. 2025. 9. 24.
어떻게 배울 것인가 한 사람이 현자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스승을 모셨기에 후계자가 될 수 있었습니까?”현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스승은 그저 자신이 가르치고자 하는 바를 가르쳐 주셨고, 나는 그것을 배우려 했을 뿐이네. 스승께서 늘 말씀하시기를, ‘나는 제자들을 다 똑같이 가르칠 수 없다. 어떤 제자는 묻기만 하고, 어떤 제자는 면담만 청하고, 어떤 제자는 자기 이론을 세우기에만 바쁘다. 그런 제자들은 결국 자기 아는 것만 되풀이해서 배우는 데 그칠 뿐이다’라고 하셨지. 그래서 나는 스승께 이렇게 말씀드렸네. ‘스승님, 제게 가르쳐주실 수 있는 바를 가르쳐 주시고, 제가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도 일러 주십시오.’ 그 겸손한 자세가 내가 후계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라네.” 이 짧은 대화 속에는 배움의 본질이 담겨.. 2025. 9. 24.
진짜를 알아보는 눈 한 젊은이가 수도원 원장을 찾아와, 수도사들에 대해 나쁘다느니 잘못되었다느니 하는 여러 가지 평판을 늘어놓았습니다. 사람들의 소문과 뒷말을 그대로 옮기며 자신은 그것이 진리인 양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원장은 그 젊은이의 말에 곧바로 대꾸하지 않고, 손가락의 반지 하나를 빼어 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이 반지를 장터에 가져가서, 금화 한 냥이라도 받고 팔아 보아라.”젊은이는 시키는 대로 반지를 들고 장터로 갔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반지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어떤 상인은 은전 한 닢도 주기 아깝다고 말했습니다. 금화 한 냥은커녕, 그저 잡동사니 취급을 받은 것입니다.풀이 죽은 채 돌아온 젊은이에게 원장은 다시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보석상을 찾아가 보아라. 그가 얼마를 쳐 주는지 알아보아라.. 2025. 9. 24.
구멍이 숭숭 뚫린 바구니 - 나의 허물과 타인의 허물 스케티스에 살던 한 수도자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교부들은 모여 그를 다루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존경받던 한 교부는 그 자리에 나아가기를 꺼렸습니다. “남의 허물을 판단하는 자리에 내가 설 자격이 있는가?”라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요청 끝에 그는 참석하기로 했습니다.그는 길을 떠나며 낡은 바구니 하나를 들었습니다. 바구니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고, 그는 그 안에 모래를 가득 담아 메고 갔습니다. 그러나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래는 구멍 사이로 흘러내려 뒤로 흩어졌습니다. 모임 장소에 도착하자, 다른 교부들이 궁금해 물었습니다.“스승님, 도대체 그 바구니는 무엇입니까?” 그는 담담히 대답했습니다. “내 죄들이 이 모래처럼 뒤로 줄줄 새어나가고 있는데, 나는 그것조차 .. 2025.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