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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과 기름부음92

몸을 통한 영적 경험과 신앙의 본질 "그러나 먼저는 신령한 사람이 아니요 육의 사람이요 그 다음에 신령한 사람이니라"(고린도전서 15:46)어릴 때 교회에서 들은 말이 있습니다. "몸의 것은 죄악이요, 영의 것은 거룩하다." 그 말이 어찌나 깊이 박혔던지, 한 친구는 성인이 되어서도 맛있는 음식 앞에 설레는 자기 자신을 죄인처럼 느꼈다고 했습니다. 아이를 낳고 그 살냄새에 취해 하염없이 볼을 비빌 때조차도 '이래도 되나' 하는 낯선 죄책감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것이 신앙의 열심에서 비롯된 감각이었다는 점이 아이러니였습니다.우리는 오랫동안 몸과 영혼을 적대적인 관계로 이해해왔습니다. 중세 교회는 성직자의 삶을 거룩한 것으로, 세속의 노동을 천한 것으로 구별했습니다. 그 구별의 선은 곧 몸과 영혼 사이에 그어진 선이기도 했습니다. 개신교는 그.. 2026. 3. 12.
하나님의 낯선 음성을 듣지 못하는 우리 봄비가 내리던 오후였습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권사님 한 분이 목사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오십 대 초반, 교회에서는 누구보다 부지런히 봉사하고 새벽기도도 빠지지 않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그녀의 얼굴에는 오랫동안 씻지 못한 사람처럼 피곤함이 쌓여 있었습니다. "목사님, 저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될까요?"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사실… 요즘 기도가 안 됩니다. 성경을 펴도 그냥 글자만 보이고, 예배 시간에 앉아 있어도 하나님이 거기 계신 것 같지가 않아요.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하나님이 저를 떠나신 건지 모르겠어요." 목사님은 그 말을 듣고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그녀만의 고백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우리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역사상 어느 .. 2026. 3. 6.
열린 구조와 닫힌 구조 - 영적 경험을 위한 감정의 역할 병원 응급실에서 오랫동안 일한 간호사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환자의 두려움은 전염된다." 처음에는 그저 경험에서 나온 직관쯤으로 여겼지만, 오늘날 신경과학은 이것이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실제 생리학적 현상임을 밝혀냈습니다.과학자들은 우리 몸을 유지하는 두 종류의 기관을 연구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심장이나 폐 같은 순환기 기관은 철저히 자기 완결적입니다. 옆 사람이 심장병을 앓고 있다고 해서 내 심장이 그 영향을 직접 받지는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구조를 '닫힌 고리'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감정을 주관하는 대뇌변연계는 전혀 다르게 작동합니다. 이 기관은 주변 사람의 감정 상태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이것이 바로 '열린 고리'입니다.구약성경에 열.. 2026. 3. 6.
성령의 두 얼굴 - 뜨거움과 차가움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사도행전 1:8)어느 여름날 오후, 한 청년이 기도원 예배당 구석에 무릎을 꿇고 있었습니다. 그는 몇 주째 금식과 기도를 반복하며 무언가를 간절히 구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조차 그 자신도 몰랐습니다. 그저 가슴 안쪽에서 타오르는 듯한 열기가 느껴졌고, 얼굴은 상기되어 붉어졌으며, 손끝에서부터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감각이 팔을 타고 올라왔습니다. 그는 두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뜨거움이 자신을 채우는 것이 기뻤습니다. 그날 밤 그는 처음으로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었고, 그 사람은 일어났습니다.그로부터 수년 후, 같은 기도원에서 전혀 다른 경험을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2026.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