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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글328

단순한 삶 - 자연은 언제나 말이 없다 자연은 언제나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인간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성실함과 신뢰가 깃들어 있습니다. 계절은 약속을 어긴 적이 없고, 씨앗은 자기 때를 앞당기지도 미루지도 않습니다. 그래서일까. 자연은 세상 속에서 몇 안 되는, 믿어도 되는 영혼들의 편처럼 느껴집니다. 요령으로 살지 않고, 계산으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 사람들,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하루를 견디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인가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짜기를 떠올립니다. 세상의 속도와는 다른 리듬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 홀로 산자락에 깃들어 사는 이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그의 뜰에는 화려하지 않은 딸기와 토마도가 자라고 있습니다. 시장의 기준으로 보면 작고 투박할지 모르지만, 그 열매들은 거짓이 없.. 2025. 12. 27.
단순한 삶 - 젖어 있었기에 마를 수 있었던 은혜 젖어 있었기에 마를 수 있었으니,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이미 흠뻑 젖어본 사람만이 마름의 기쁨을 압니다. 비를 맞아보지 않은 사람은 햇볕의 고마움을 알지 못하고, 무너져 본 적 없는 사람은 다시 세워지는 은혜를 모릅니다.우리가 얼기설기 엮어 만든 집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집인 줄 알았습니다. 나름의 안정이고, 나름의 신념이며, 나름의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폭풍우가 몰아치자 그 집은 집이 아님이 드러났습니다. 기둥은 얇았고, 지붕은 허술했으며,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것들이 아무 힘도 없었습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폭풍우가 얼마나 기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무너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전히 그 집 안에서 안전하다고 착각하며 살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폭풍우는 우리를 괴롭히러 온 것이.. 2025. 12. 27.
단순한 삶 -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또렷이 깨닫는다 다시 숲을 떠나며 숲에 들어갔던 이유만큼이나 분명한 이유로 숲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숲은 도피처가 아니었고, 안식처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나를 삶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한 하나의 질문이었고, 잠시 멈추어 서서 나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거울과 같았습니다.숲 속에서의 시간은 고요했습니다. 그러나 그 고요함이 영원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느 순간 나는 내 앞에 아직 살아야 할 또 다른 몇 개의 삶이 남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해야 할 일, 만나야 할 사람, 감당해야 할 부르심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렸습니다. 숲에서의 생활은 나를 비워 주었지만, 그 비워짐은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 채워지기 위한 준비였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숲에 머무는 것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머무름이 목적이.. 2025. 12. 27.
단순한 삶 - 생각이 삶을 만든다 우리가 가진 생각이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삶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은 대개 외부에서 갑작스레 들이닥치는 사건이 아니라, 어느 날 우리 마음속에서 조용히 형성된 하나의 생각에서 시작됩니다. 무엇을 두려워할 것인가, 무엇을 소중히 여길 것인가,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 이 모든 선택은 결국 생각의 방향에서 비롯됩니다.그밖의 다른 것들은 우리가 이 땅에 머무는 동안 스쳐 가는 바람이 쓰는 일기에 불과합니다. 재물도, 명예도, 사람들의 평가도 한때는 크게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집니다. 마치 바람이 잠시 흔들어 놓고 지나간 풀잎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그 바람의 소리를 인생의 전부로 착각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삶의 깊은 의미는 그 소리보다.. 2025. 12. 27.